• 입력 2024.02.28 17:20

"작년 10월, 한 기업이 필리핀산 아보카도를 처음으로 수입해서 출시했다. 필리핀은 중남미와 비교해 거리가 훨씬 가까운 만큼, 아보카도 운송 과정에서 탄소가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여러분! 아보카도 좋아하시나요?
아보카도 샌드위치, 샐러드, 롤과 비빔밥 등 다양한 먹거리와 잘 어울리는 과일입니다. 또한 영양소(단백질, 비타민A, 칼슘, 철분, 인 등)가 풍부하고, 피부 보습·항암 등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빠르게 인기를 얻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는 건 물론, 미국과 중국은 엄청난 양의 아보카도를 수입하는 주요 소비국입니다. 그렇지만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과 달리, 아보카도에는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 숨은 비밀이 있어요.
기르는 과정에서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작물이라는 점입니다.

고민 하나, 물을 많이 사용해요!

아보카도는 기본적으로 많은 수자원을 소비하는 작물이에요. 통계에 따르면, 아보카도 열매 하나를 기르려면 약 320L에 달하는 물이 필요합니다. 아보카도처럼 국제적으로 무역이 이뤄지는 대표적 과일인 오렌지(22L)나 바나나(150L)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죠. 그런데 아보카도가 ‘녹색 금’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수요가 늘어나고 잘 팔리니, 아보카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물 소비도 더욱 늘어났어요. 결국 지하수가 고갈되어 심한 가뭄을 겪는 지역까지 등장했죠.

고민 둘, 탄소 배출량이 많아요! 

아보카도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멕시코입니다. 대부분 이웃 나라인 미국으로 수출되죠. 이외에는 칠레, 페루 등 남아메리카의 나라들과 미국 캘리포니아, 뉴질랜드, 호주,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 등에서도 생산돼요. 대부분 우리나라나 중국과는 거리가 멀죠. 한정된 지역에서만 생산되는데 소비 지역까지 먼 거리를 날라야 하니, 운송하는 데 드는 탄소 배출량이 급증합니다.

고민 셋, 인간의 활동이 더해져요!

아보카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어도, 인간의 욕심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어요. 

토양 오염 매년 같은 작물을 같은 땅에 심어 기르는 것을 연작(聯作/잇달 련, 지을 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도 문제가 없는 작물도 있지만, 식물이 특정한 영양소만 흡수하면 땅이 점차 황폐해져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해요.
이를 ‘지력이 약해진다’고 하죠. 아보카도 농장의 농장주들은 어떨까요? 당연히, 한번 아보카도 나무를 심으면 그대로 계속해서 길러요. 이에 따른 토양 황폐화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비료와 살충제를 투입하죠. 이러면 비료에서 남는 성분과 살충제가 토양에 계속 누적되고, 점차 땅을 오염시키게 됩니다. 내리는 비에 성분이 녹으면 수자원도 오염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산림 훼손 녹색 금이라 불릴 정도로 돈이 벌린다는 이 작물. 더 많이 기르고, 더욱 많이 벌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쓸모 없는’ 숲을 베고 과수원을 만들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졌어요. 아보카도 주요 산지인 멕시코에서는 매년 약 6.9㎢의 숲이 파괴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생태계 파괴 아보카도 농사를 위해 숲을 파괴하고, 수자원은 고갈되어 가뭄이 들어 요.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줄 리가 없지요. 다른 식물을 없애고 아보카도 나무를 심으니, 숲에 살던 동물들은 먹을 것과 살 곳이 없어지고 있어요. 아보카도 소비가 늘수록, 이로 인한 환경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 명의 소비자로서, 우리는 ‘내가 선택하고 소비하는 상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관 심을 가져야 해요. 더욱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죠.

아보카도도 마찬가지예요. 영양이 풍부하고 맛있는 과일이라는 앞면만 아니라, 생 산 과정과 그 영향이라는 뒷면도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연작 문제, 먼 나라 고민거리 아니야

■ 고랭지(高冷地/높을 고, 찰 랭, 땅 지)라는 용어를 알고 있나요? ‘높고 추운 지역’이라는 한자의 뜻처럼, 해발고도가 높고 평균 기온이 낮은 지역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 고랭지는 대체로 기온이 낮고, 해가 오랜 시간 비친다는 특징이 있어요.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작물을 기르는 것을 ‘고랭지 농업’이라고 해요. 특히 무더운 여름철에도 배추·무 등 서늘한 날씨에 잘 자라는 작물을 기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 강원도의 고랭지는 우리나라 여름 배추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생산지예요. 그런데 작년 11월, 강원도 대관령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많은 배추가 새카맣게 망가진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 원인은 연작. 수십 년째 배추 연작이 계속되면서 지력이 약해지자, 비료를 너무 많이 투입하게 됐어요. 또한 배추를 감염시키는 병원균이 계속 누적된 것도 배추 농사를 망치는 원인으로 지목됐어요. 앞서 살펴본 아보카도의 문제와 비슷하죠.
■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사를 짓지 않거나(휴경), 다른 작물을 길러 땅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그러려면 농부들을 설득해야 하죠. 배추 농부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이나 정책은 무엇일까요? 이를 통해 아보카도 문제의 대책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예요.

고은미 어니스트 (경제금융교육지도사, 환경교육 칼럼니스트)


어린이경제신문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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