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3.13 17:10
  • 수정 2024.03.14 09:13

‘검을 흑’(黑), ‘글자 자’(字).

경제에서는 이익을 보는 상황을 ‘흑자’라고 해요. ‘검은 글씨’라는 뜻으로,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 많은 상황이죠. 반대의 경우는 ‘적자’(赤字). ‘빨간 글씨’라는 뜻이에요.

왜 이익과 손실을 글자 색으로 나타냈을까요? 중세 서양에서는 잉크가 귀했어요. 수입이 많을 때는 잉크를 넉넉히 찍어서 벌고 쓴 돈을 기록할 수 있었죠. 반대로 형편이 어려워지면 잉크 대신 동물의 피를 사용했어요.

자연스레 돈이 많을 때는 잉크로 쓴 검은 글씨가, 돈이 부족할 때는 빨간 글씨가 많아졌어요. 이 표현이 그대로 흘러들어온 뒤 한자 표현으로 바뀐 거예요. ‘흑자’와 ‘적자’라는 단어가 생긴 배경입니다.


❶ 흑(黑) 검을 흑

주방에서 불을 때는 모습을 본뜬 글자예요. 그래서 가장 아래쪽에 ‘불 화’(灬=火)가 있어요. 가운데는 ‘흙 토’(土)자. 여기에서 흙은 부뚜막을 나타내요. 옛날 사람들이 살던 집의 부엌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워요. 진흙으로 화로를 만들고, 그 위에 음식을 요리하는 가마솥을 올려놓죠.

남아있는 맨 윗부분이 바로 솥, 또는 굴뚝이에요. 이런 화로는 장작을 태울 때 피어나는 연기 때문에 주변이 까맣게 그을려요. 여기에서 ‘검다’라는 뜻이 생겨났죠.

흑백(黑白) 검은색과 흰색을 아울러 이르는 말. (예) 가족 앨범에서 흑백 사진 한 장을 찾았다.
암흑(暗黑) 어둡고 캄캄함. (예) 정전이 되자 도시는 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변했다.

 ❷ 자(字) 글자 자

이 글자의 원래 의미는 ‘집에서 아이를 기르다’였어요. 굴뚝과 지붕을 그린 ‘집 면’(宀), 아이를 나타낸 ‘아들 자’(子)를 합쳤죠. 여기에서 ‘글자’라는 뜻은 잘 떠오르지 않아요.

2천 년 전만 해도 한자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사회가 발달하면서 한자가 점점 늘어났죠. 새로운 한자는 주로 원래 있던 한자들을 조합해서 만들었어요. 글자들이 만나서 또 다른 글자를 낳은 셈이죠. 여기에 빗대 ‘字’의 뜻도 ‘자식(을 기르다)→글자’로 달라졌어요.

자막(字幕) 영화나 텔레비전 영상 속 대화를 글자로 표현한 것. (예) 동영상에 자막을 넣다.
타자(打字) 타자기나 키보드로 글자를 찍거나 입힘. (예) 타자 속도가 매우 빠르다.

 김정후 기자


어린이경제신문 12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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