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3.20 17:10

챗GPT도 모르는 이야기

[기자]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야. 4년마다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이것을 줄여서 ‘총선’이라고 해)는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행사야. 경제는 대부분의 선거에서 중요한 주제이지만, 총선에서는 특히 강조된다고 해. 그래서 생각해 본 질문이야. 경제가 뭐니? 왜 경제가 선거에서 중요한 거니? 쉽게 설명해 줘.

[챗GPT] 경제는 자원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자원을 관리하고 분배하는 과정을 다루는 학문이야. 경제는 인간이 자원을 이용해 욕구를 충족시키고 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을 다루며, 자원의 효율적인 할당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소득 분배를 연구해.

[기자] 다시 물어볼게. 경제가 뭐니?

[챗GPT] 경제는 사람들이 자원을 생산하고 분배하며 소비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이야. 더 큰 의미는 그런 활동을 관리하는 사회 체제를 말해.

비슷한 답이 이어진다. 공통적으로 쓰이는 용어가 있다. ‘생산, 분배, 소비’다. 무슨 뜻인지 정리해 보았다. 사람이 필요한 것을 만들고, 대가를 나누고, 거래해서 쓴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경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생산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고, 유통과 보관, 판매하는 행위.
분배 생산 활동에 참여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 가장 대표적인 게 소득(월급, 이자, 배당 등).
소비 분배받은 돈으로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

‘경세제민’과 경제

선거의 향방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경제’(經濟). 이 단어의 뿌리를 보면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우리말 ‘경제’는 사자성어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따온 말이다. ‘세상을 잘 다스려 어려움에 빠진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의 이 네 글자. 1998년, 고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발표한 새해 글귀로 널리 알려졌다.

그렇다면, 사자성어 자체는 어디서 왔을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중국 삼경(시경, 서경, 역경)의 하나인 서경(書經)에서 따왔다는 말, 장자의 ‘재물론’이라는 이야기 등 여러 설이 있다.

한편, 우리말 ‘경제’는 어떨까. 이 역시 유래가 정확하지 않지만, 경세제민에서 경제라는 말을 만든 사람은 일본 유학자 다자이 슌다이라는 말이 있다. 영어 단어 ‘ECONOMY’를 어떻게 번역할지 고민하다 경세제민에서 가져왔다는 이야기다.

챗GPT에 물어본 경세제민

인공지능 챗GPT는 똑똑하다. 그런데 ‘사자성어’에는 약한 면이 있다. 경세제민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들어보자.
“경세제민은 ‘경제적으로 살기 어려운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경세’는 ‘경제적인 상태’를 나타내고, ‘제민’은 ‘백성이나 사람’을 뜻합니다. 따라서 ‘경세제민’은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생계가 어려운 사람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이나 빈곤층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됩니다.”
전혀 다른 뜻이다. 챗GPT도 배울 게 아직 많다. 한편, 영어에서 경제를 뜻하는 ECONOMY는 고대 그리스어로 ‘집’을 뜻하는 오이코스(oikos)와 ‘관리하다’라는 뜻의 ‘노미아’(nomia)를 결합한 ‘oikonomia’(오이코노미아)에서 나왔다. 한마디로 서양의 경제는 ‘집안 살림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경제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 차이가 꽤 커 보인다.

백성에게 밥은 하늘이고, 밥은 경제다

집안 살림살이에서 백성의 구제까지, 경제가 왜 중요한지는 동서양의 용어에 잘 담겨 있다. 사마천(중국 전한 시대 역사가)은 역사서 ‘사기’(史記)에서 ‘民以食爲天’(민이식위천, 백성에게 밥은 하늘이다)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식(食)은 ‘먹고 사는 것’, 한마디로 ‘밥’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하늘)은 없다는 뜻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등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잘 담겨 있는 말이다. 백성(국민)이 굶주리지 않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인들은 이렇게 외칠 것이다.
“유권자(국민) 여러분은 하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질문해야 한다.
“국민이 하늘이라면, 우리의 하늘은 밥(경제)입니다. 이 문제,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요?”

박원배 기자


어린이경제신문 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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