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3.27 17:40
등나무 그늘의 모습. 복잡하게 엮인 등나무 가지가 쉼터 천장을 가로지르고 있다.
등나무 그늘의 모습. 복잡하게 엮인 등나무 가지가 쉼터 천장을 가로지르고 있다.

#갈등

‘칡 갈’(葛), ‘등나무 등’(藤). 두 글자를 합친 낱말이에요. 놀이터나 공원, 운동장 한쪽에 세워진 쉼터에서 기둥을 휘감은 꽈배기 같은 나무를 본 적 있나요? ‘등나무’입니다. 꽃이 예쁘고, 빠르게 자라 조경용으로 많이 쓰이죠.
칡은 야생 식물이지만, 자라는 모양새가 등나무와 비슷해요. 두 식물 모두 덩굴 가지를 뻗고, 주변을 휘감으며 자라나죠.

칡과 등나무를 함께 심는다면? 서로 얽히고설켜 몹시 복잡하게 꼬인 모양이 될 거예요. 해결하기 어려운 다툼, 선택이 쉽지 않은 문제가 이런 모습과 닮았다는 의미에서 ‘갈등’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갈등, 무조건 ‘나쁜 것’ 아냐 여러 사람이 모이면 그만큼 생각도 다양해져요. 입장과 판단기준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죠. 자연스럽게 갈등이 생겨나요. 중요한 것은 풀어가는 방식입니다. 토론과 설득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양보를 통해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도움 되는 결정을 내릴 때 갈등은 줄어들어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갈등은 극복하고 나면 이전보다 사이가 더욱 좋아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알렉산더식 풀이’는 피해야 고대 서양의 정복자인 알렉산더 대왕이 프리기아 왕국에 이르렀을 때의 일이에요. 이 지역 신전 기둥에는 아주 복잡하게 꼬아놓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란 밧줄이 묶여 있었어요. 끈을 다 푸는 사람은 아시아의 왕이 된다는 예언도 전해지고 있었죠.
알렉산더는 칼을 휘둘러 끈을 잘라버렸고, 매듭은 가닥가닥 떨어지며 풀렸어요. 상당히 명쾌해 보이지만, 올바른 해결 방법은 아니에요. 갈등을 다루는 방식으로도 맞지 않죠. 이 방법으로 갈등을 제거할 수는 있겠지만, 풀어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우리나라, 사회 갈등 큰 편 ‘2023 한국인 공공갈등 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가 운데 89.8%는 사회 갈등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어요(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한국리 서치). 1년 전인 2022년 조사 결과(91.1%) 보다는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 입니다. 그만큼 조정하기 힘든 크고 작은 의견 차이가 많다는 뜻이죠.
어느덧 두 달 가깝게 계속되는 ‘의료대란’도 마찬가지. 의사 수를 크게 늘리자는 국회·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의사들의 대립이 거세요. 갈등이 병원을 넘어 나라 전체로 퍼 지고 있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알렉산더의 칼’이 아닌, 땅을 다지는 ‘봄비’ 가 필요해 보입니다.

#만우절

4월 1일은 가벼운 거짓말이나 장난으로 서로를 속이며 즐겁게 노는 날이에요.
옛날 서양 문화권에서는 이 무렵 새해 첫날을 맞았다고 해요. 1564년, 프랑스의 왕 샤를 9세가 1월 1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는 달력으로 바꾸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죠.
당시에는 교통이 발전하지 못해서, 이 소식이 무척 느리게 전해졌어요. 그래서 재미 삼아 옛날 달력 기준에 맞춰 가짜 새해 선물을 보내거나, 있지도 않은 잔치에 초대하는 장난을 쳤다고 해요. 그 흔적이 남아 오늘날의 만우절이 된 것입니다.

김정후 기자


어린이경제신문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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